"더 일하기 좋은 프랑스로 가야겠어. 이탈리아에는 일거리를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날 위해 기도해 줘" (28일 오후 8시쯤, 범행 12시간 전)
프랑스 니스에서 시민 3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테러 용의자가 범행 전날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은 테러 공격을 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니스 테러 용의자 브라힘 아우이사우이(21)는 28일 오후 8시쯤,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가족들은 가디언에 아우이사우이가 ‘더 일하기 좋은 프랑스로 가야겠다. 이탈리아에는 일거리를 찾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나를 위해 기도해 줘'라고 했다고 전했다.
아우이사우이는 잘 곳을 찾기 위해 테러 현장인 노트르담 성당을 찾을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프랑스 수사당국에 따르면 아우이사우이는 다음날인 29일 오전 니스에 도착해 1시간 30분가량을 역에서 보낸 뒤, 새 신발을 신고 성당으로 가 아침 기도를 드리던 노인 등 3명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범행 직후 그는 경찰의 총격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지품으로는 흉기와 무슬림 경전인 코란, 휴대전화 두 개가 발견됐다.
조사 결과 아우이사우이는 산업지대인 튀니지 스팍스주(州) 티나 출신으로, 남매 10명과 함께 자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우이사우이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전거 수리공으로 일했으며, 이후 길거리에서 운전자들에게 기름을 파는 일을 했다고 가디언이 그의 가족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우이사우이는 튀니지 현지에서도 폭력적인 행동과 마약 복용 등으로 당국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우이사우이의 어머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 애는 술을 마시고 약을 하고 다녔다. 난 그 애에게 ‘우린 돈도 없는데, 너는 막 쓰고 다니는구나’라고 했다. 그 애는 ‘하느님이 원하신다면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줄 거다. 그건 내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2년 전부터 아우이사우이가 달라졌다고 했다. 안 하던 기도를 주기적으로 하기 시작하고,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있으면서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피했다는 것이다. 아우이사우이의 형인 야신은 가디언에 “그 애는 한 번도 극단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을 공경하고 사람들의 다름을 인정하는 아이였다”고 했다.
야신은 아우이사우이가 이전에도 한 번 튀니지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려 했지만 실패했었다며, 최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듣고 가족들이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튀니지 당국 등에 따르면 아우이사우이는 지난 14일 튀니지에서 종적을 감췄다. 아우이사우이는 같은 달 20일 이탈리아 람페두사에 어선을 타고 도착했다. 다른 20여명의 젊은 튀니지인들과 함께였다. 직후 아우이사우이를 신문한 현지 경찰은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가디언은 아우이사우이가 한 번도 튀니지 경찰과 정보 당국의 감시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아우이사우이는 9월 23일, 람페두사에 도착한 다른 튀니지인 등 804명과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격리된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10월 9일 아우이사우이를 태운 배는 이탈리아 남부 배리항에 도착한다. 당시 아우이사우이는 출입국 서류가 없는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불법 입국한 튀니지인들은 이주민 센터로 보내진 뒤 튀니지로 강제 송환된다. 하지만 가디언은 시기적으로 람페두사에 한꺼번에 많은 이주민이 몰려온 까닭에 송환 절차가 지연됐으며, 이탈리아 당국은 대신 불법 입국자들에게 7일 안에 이탈리아를 떠나라고 고지했다고 보도했다. 아우이사우이는 시칠리아에서 10일 이상을 보내다 프랑스 니스로 향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아우이사우이의 행적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르몽드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범행 전날 아우시아우이와 만났던 35세 남성을 30일 소환 조사했다. 범행 전날 아우이사우이와 연락을 주고받은 47세 남성은 전날 체포됐다. 다만 이 남성의 구체적인 혐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16일 프랑스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가 이슬람 근본주의자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데 이어 이번 테러 공격이 터지며 프랑스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배격하고 이민 정책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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