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로 돌아오는 ‘목적지 없는 비행’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했다. 대만 국적 항공사 스타룩스는 8월 창궈웨이 스타룩스 회장이 조종한 비행상품을 내놓았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이륙해 대만 동부 상공을 비행하고 다시 타오위안 공항으로 되돌아오면서 목적지 없는 비행을 진행했다. 대만 에바항공도 항공기를 헬로키티 캐릭터로 도장한 특별기를 운항해 대만 동북부를 거쳐 일본 류큐 제도까지 비행했다가 돌아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험 상품도 있었다. 중화항공에서는 어린이 승객이 1일 승무원으로 변신하는 직업체험 성격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하늘 위 비행’이 하나의 관광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9월 초에는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가 대만 여행사, 항공사와 손잡고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 상품을 출시해 호평을 받았다. 출시하자마자 4분 만에 완판되었으며. 9월 19일 대만관광객 120명이 타이베이공항을 출발해 제주 상공을 선회한 뒤 대만으로 돌아갔다. 비록 제주도를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비행기 안에서 한류 드라마를 보고, 한복 체험을 하며 한국 관광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일본 항공사 ANA도 하와이 여행 상품을 마련했다. 승무원들과 승객이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하와이 전통요리로 기내식을 제공하는 등 일본 상공에서 하와이를 즐긴 후 출발지로 돌아왔다.
국내에서 목적지 없는 비행의 시작은 에어부산이었다. 지난 9월 10일 위덕대학교 항공관광학과 학생 79명을 대상으로 현장 체험을 진행한 것이다. 학생들은 기내 이·착륙 준비, 기내 방송, 각종 승객 서비스 체험 등 실제 캐빈승무원의 직무를 체험함으로써 코로나 19로 현장에서의 체험 실습을 할 수 없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이날 비행 이후 관련 상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목적지 없는 비행’상품이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새로운 아이템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늘 위 여행’이라는 단순히 공간의 이동만으로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아시아나 항공의 ‘A380 특별 관광 상품’이 빠르게 완판된 이유는 그만큼 해외여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욕구가 높아져 있는 까닭도 있지만 스위트석 30만5천 원, 비즈니스석 25만5천 원, 이코노미석 20만5천 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스위트석과 비즈니스석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선으로 운행하지 않던 A380 스위트석의 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호기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기내식을 좋아하거나 하늘 위 풍경이 좋아서 해당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이나. 해외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한 두 번의 경험으로 충분히 충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 19가 안정된다면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해져 해당 상품이 필요 없어질 수 있겠지만, 이번 기회를 시작으로 여행업계의 새로운 기내용 관광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짧은 휴가를 위한 관광상품으로 틈새시장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사업법에도 한 지점을 이륙해 중간에 착륙하지 않고 정해진 노선을 따라 출발지점에 착륙하는 부정기편 운항은 ‘관광비행’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출발지 인근 호텔, 문화상품과 연계한 상시적인 관광상품으로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하다.
비단 ‘하늘 위 여행’ 뿐이겠는가. 코로나로 인한 칩거의 생활로 모두가 어디로든 떠나고픈 욕구를 품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지켜낼 수 있으며 쉼과 힐링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이용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말이다. 호캉스를 넘어 혼캉스(혼자 즐기는 호캉스)가 인기이고 캠핑카와 카라반이 다시 인기몰이하고 있으니 이미 여행의 트렌드는 바뀌었다. 혼자가 어색하지 않은 요즘, 새로운 프레임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면 여행업계도 오늘이 절망만은 아닐 것이다.
September 28, 2020 at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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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없는 비행'이 '목적 있는 도전'의 길 열기를 - 대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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