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미군 촬영 추정 '경북 북부지방 피란행렬'
70년 전 낡은 슬라이드 필름…전쟁 아픔 겪는 피란민 생활상 고스란히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머리에는 보따리를, 등에는 어린 자녀를 짊어진 여인의 모습에서 당시 고된 행군을 떠난 피란민들의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힘든 기색이 역력한 부모와 달리 피란길을 따라나선 어린 소년 표정은 해맑다.
70년이 다 된 낡은 컬러 슬라이드 필름 속 남아있는 전쟁을 아픔을 겪는 피란민 모습이다.
6·25전쟁 발발 70주년인 2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이 사진은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이 미국 한 경매사이트에서 구한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스캐닝한 파일이다.
미군이 1951년 경북 북부지방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피란민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에는 최초로 공개되는 사진이다.
6·25 당시 사진 중 피란민의 생활상이 기록된 사진은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 특히 이를 컬러사진으로 기록한 것은 더욱 희귀하다는 평가다.
당시 흑백사진이 주를 이뤘던 대한민국에서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한 것은 종군기자와 미군이었다.
공개된 사진 중에는 미군 지프 차량 옆을 지나는 피란민 가족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부로 추정되는 남녀는 큰 보따리를 등에 짊어지고 피란길에 올랐고, 자녀로 추정되는 어린아이는 은색 양동이를 손에 들고 부모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보따리를 짊어져 휘어진 등에서 피란민의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줄지은 피란민이 논밭을 가로지를 장면도 보인다.
한 여인이 아이는 등에 업고 보따리를 머리에 올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낭까지 완전 군장한 군인이 피란민들을 검문하는 모습도 보인다.
구불구불 산길을 지나 뭔가 작업 중인 군인들 옆을 지나는 피란민 모습도 눈에 띈다.
보따리 몇 개가 포개져 사람보다 큰 지게를 짊어진 피란민 모습에서 당시 피란길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사진들을 미군이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장의 사진도 있다.
피란길을 떠난 아이들이 미군과 함께 한 농가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다.
미군이 피란민이 짊어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게를 메고 여유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해맑은 어린이와 달리 부모로 추정되는 어른은 카메라 앞에서 잔뜩 얼어 있다.
피란길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꽃을 꺾어 들고 있는 아이들 모습도 보인다.
고된 피란길에서도 피란민은 종교활동은 멈출 수 없었다.
어느 마을 집 앞에서 성경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도 슬라이드 필름에 담겼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피란수도 부산의 모습을 찾아보기 위해 6·25 당시 찍어둔 사진을 검색하다 피란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며 "피란민 행렬이 컬러 사진으로 공개된 것은 드문데 특히 피란 중 예배를 보는 모습 등은 당시 피란민들의 삶이 기록된 소중한 사진"이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6/25 14:11 송고
June 24, 2020 at 10:1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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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모르는 소년은 해맑았다…6·25 피란행렬 컬러사진 공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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